불인별곡 7 불인별곡 [완결]





“바른대로 고하라. 이것이 정녕 사실이냐”


“저, 전하…”


“사실이냐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깊은 밤에 접어들었을 때 즈음
주상의 눈빛은 더욱 또렷해져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벌벌 떨며 고하는 이 하찮은 이를
그는 어떤 심정으로 보고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해보라.
세자가 어찌 역모를 꾀한단 말이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
저하께오선 지난 한 달간 평양에 머무르셨다 하옵니다”


“…….”


“제가 그곳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저하께서 다수의 장병들을 양성하여...”


“해서,”


“.... 곧 지존의 자리에 오르실 거라...”


“…….”


“그뿐만이 아니옵니다.
군사를 키우기 위해 그곳 백성들의 피같은 돈을,”


“네 이놈!!!!!!!!!
네놈이 정녕 사실만을 고하는 것이렷다!!”


“그, 그러하옵니다 전하”


죽일 듯 나경언을 노려보던 주상이
이내 고갤 돌려 상선을 쳐다봤다.


“과인이 며칠 전 세자의 행방을 물었었다.
그때 동궁전에서 뭐라 하였느냐”


“편찮으시다 하였사옵니다”


“분명 가벼운 고뿔에 걸렸다 하지 않았더냐”


“그렇사옵니다”


“한달간 몸이 성치 않았단 이유로 문안 인사 한번 오지 않았다.
과인의 말이 맞느냐”


“그러하옵니다”


“헌데 지금 이 자는,”


“…….”


“이 자가 하는 말이 사실이면,”


“전하...”


주상의 눈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당장 세자를 데려오라.
또한 이 일과 관련된 모든 이를 데려오라”





*





왠지 세자는 볼을 스치는 찬바람으로부터 포근함을 느꼈다.
지난 시간 온몸을 짓누르던 갑갑함에서
해방됨을 느꼈던 것도 같다.


달리는 말 위에서 짓는 옅은 미소


세자빈과 현이를 맞이할 생각에 전에 없던 웃음도 픽 나왔다.


전처럼 빈과 현이의 웃음소리가
온 천지에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
.




“아바마마!”


“어 그래, 현이구나. 뛰지 말거라!”


“아바마... 아!!!”


“현아!!”


아장아장 뛰어오던 현이 넘어지자
뒤에 따라오던 임내관과 한상궁이 급히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뛰지마라 일렀거늘!”


세자의 걸음을 따를 순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현이를 일으켜 세웠다.


“소자 괜찮사옵니다 아바마마!”


“내 마음이 편치 않다”


“송구하옵니다...”


“휴. 어찌 이리 빈을 똑 닮았을꼬”


“예에? 저하!”


“히히..”


“아, 빈궁 오셨소”


세자의 뒤로 나타난 세자빈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만. 아니 그러냐 현아”


“그러하옵니다!”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현이가 저를 닮아 넘어진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리 말했느냐 현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어마마마?”


“어어-?”


“하하하하”


“히히 어마마마~”


“다음엔 꼭 공주를 생산해야겠습니다.
어미 마음 알아주는 건 딸자식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대 마음은 내가 잘 알지”


“소자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정말 다들 이럴 거예요?”


“현아 어서 안아드려라.
눈물을 보이실지도 모르겠구나”


“어마마마~”


“눈물이라뇨!”


현이 세자빈을 껴안자
뒤에서 지켜보던 세자가 눈을 찡긋거렸다.


“나의 품은 밤에 내어드리겠소.”


“저하!”




.
.




“저하!!!!!!”


찰나였다.

세자가 미소를 머금고 말에서 내리던 찰나,

박 내관의 다급한 외침이 세자의 귀에 꽂혔다.


“웬 소란이냐”


“어서, 어서...!”


“저하”


“너는 또 왜,”


뒤이어 우익위도 달려와 세자의 앞을 막았다.
그리곤 세자의 칼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하겠습니다.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이곳은 신이 맡겠습니다”


“우익위 말대로 하시지요 저하.
한 시가 급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얼떨결에 우익위가 내민 칼을 잡은 세자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할 때 즈음,
저 멀리서 웬 무리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어서 잡아라!!!”



깜짝 놀란 세자는 뒤로 물러섰고
박내관은 그를 더욱 뒤로 끌어당겼다.
곧이어 이들 눈앞에 여러 군졸들이 나타나 에워싸기 시작했다.


“어서 피하십시오”


“하늘아!!!”


그 말을 끝으로 우익위는 군졸들을 향해 나아갔다.
칼을 서서히 꺼내며 무리를 맞는
그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이얏!!!!!!”


“…….”



챙- 챙-



하늘은 장정 여럿과 칼을 맞댔다.
비록 혼자 상대해야 했지만
최고의 칼솜씨를 이길 자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군졸들은 더 모여들었고
하늘은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어서 가셔야 합니다!!”


그의 칼에 하나둘씩 나가떨어지는
군졸들을 쳐다보던 박내관이 세자를 붙잡아 당겼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세자는 박내관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우익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





덜컹 덜컹-



“쉬이. 소리를 낮춰라.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예”


잠결에 익숙한 목소릴 들었다.
깊이 잠든 아이의 숨소리만 들리던 이곳에
왠지 모를 낯선 발걸음 소리가 하나, 둘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입궐해야 하니 당신이 마마를 맡아주시오”


“이게 웬 소란이랍니까?”


“세자의 관서행을 알렸소.
일의 마무리만 남은 셈이니 걱정 마시오”


“허나,”


“다 우리 가문을 위한 일이오.”


“...예”


“마마껜 집안에 간자가 들었다 전하시오.
피치 못해 거처를 옮겨야 한다고, 아시겠소?”


“네 대감”


“이제 곧 정국의 안정이 이뤄질 것이오.
큰 걸림돌 하나가 없어질테니”


“…….”


“흠흠. 그럼 이만 가보겠소. 당신도 어서 채비하시오”


“예, 이따 연통하겠습니다”


“그러시오”





“…….”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문밖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삼켰다.


분명, 궁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자저하의 안위가 달린 일이었다.


“현아 일어나 보거라. 현아”


“으음...”


“당장 입궐해야 한다. 어서 채비하거라”


“어마마마...?”


“쉿. 조용히 움직이거라”


“하지만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걸요?”


“시간이 없다. 어서 일어나 어서..!”


“마마, 쇤네이옵니다”


“김상궁!!”


나의 떨리는 목소릴 알아챘는지
급히 방안으로 들어오는 김상궁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마마”


“당장 궁에 들어가야겠습니다.”


“허나 마마,”


“저하의 안위가 달려있어요. 내가 가봐야 합니다.”


“…….”


“어서요. 어서 가마를 준비해 주세요.
가마꾼이 없다면 말이라도 준비해 주세요.
제가 현이를 안고 가겠습니다”


“가마를 준비하겠습니다”


간절한 눈빛을 보던 김상궁이 속히 방을 빠져나갔다.


“현아”


“어마마마... 아바마마께 가는 것이옵니까?”


“…….”


“어찌 눈물을 보이시는 것이옵니까?”


“아니다 현아, 아니야.”


“어마마마...”


내 눈을 스치는 현이의 손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에 저하께서 말씀하신대로
함부로 눈물을 보여선 안 됐다.
저하를 위해서라도


“저하가 보고싶어 빨리 들어가려는게야.
괜한 염려 말거라”


“참말이옵니까?”


“그럼. 우리 현이도 아버지가 보고싶지?”


“네!!!”


“그래, 어서 가자.
가서 만나 뵙고 꼭 안아드리자”


“네!!!!”





그새 신나하는 현이의 손을 붙잡고 방문을 열었다.
밖은 고요했지만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졌다.


“어미 손을 놓지 말거라”


“네 어마마마”


“가자”


그리고 다른 이의 눈을 피해
황급히 대문 앞으로 나서는 순간,


“마마!!!!”


누군가 우리 앞을 막아섰다.


“나가실 수 없습니다!”


“어, 어머니...”


“궁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포기하십시오.
절대 들어가실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마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


“들어가시지... 않는 것이 좋을겝니다”


“저하를 봬야겠습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그냥 두십시오.”


서서히 눈물이 차올랐다.
내 앞을 막아선 어미가 미웠고,
이 지경에 이른 내 자신이 미웠다.


“마마를 위한 일입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저를 위한 일이라니요.
언제 제 마음 한번 들여다 본 적 있으세요?
제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얼마나 아리고 쓰린지 아시냐고요!”


“현이를 생각하세요.”


“.......어머니,”


“장차 이 나라 지존이 되실
원손마마를 생각하시란 말입니다!”


어머니의 눈이 현이에게 닿았다.
어느새 현이는 말없이 훌쩍이고 있었다.
내 손을 꼬옥 잡은 채, 무서움을 삼키 듯.


“현이는 당연히 아비를 따라 지존이 될 겁니다”


“지금 마마께서 입궁하신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찌 이러시는 것입니까!!!”


“선택을 해야합니다 마마.
쉬운 선택이 아닌 줄 알지만
마마, 지금이 바로 마마의 현명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제게 저하와 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씀이십니까?”


“…….”


“똑똑히 들으세요.”


"......."


“저는 둘 다 선택할 것입니다.
아버님, 대신들, 주상 전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저에게서 저하와 현이를 데려가진 못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만약 그리 한다면 제 목숨 또한 기꺼이 내어줄 것입니다”


“마마...!!!”


“현아 인사 드리거라.
어쩜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어마마마...”


“그동안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음번엔 부디... 다음에도 혹 모녀의 연이 닿는다면,”


“…….”


“그때 저를 벌해주세요. 꼭.... 꼭.”


“마마, 어찌...!!!”




“무강하십시오. 어머니”





*





박내관과 세자는 미로 같은 궐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주변은 이들의 숨소리로 가득 찼고
그 어떤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궁 북쪽 끝 건무문 처마가 보일 때 즘
박내관이 멈춰 섰다.


“저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십시오!
병력들은 궁궐 수색에 합류했을 것입니다”


“박내관”


“말은 성 밖 가장 큰 느티나무에 대기시켜놨습니다.
경계가 삼엄해 자칫 말을 타면
금방 노출될까 하여 그리 조치해뒀습니다”


“저들이 나를 목적에 두고 있는 것이냐”


“지체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저하!!”


“바른대로 고하라.
저들이 날 붙잡으려 하는 것이냔 말이다”


“....... 그러하옵니다”


“어찌하여 나를,”


“내금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누구의 명인지 아실 것 아니시옵니까!!”


“.......전하의 명이란 말이냐”



“샅샅이 뒤져라!!!!!”



저 멀리 들리는 내금위장의 목소리에
박내관이 몸서리치며 세자를 붙잡았다.


“저하!!!”


“허면 빈은 어찌된단 말이냐. 현이는!!”


“저하께서 사셔야 빈궁마마께서도 안전하실 것이옵니다”


내관의 말에 커지는 세자의 동공.
꽤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군사들의 발소리에
급히 건무문 쪽으로 걸음을 돌린다.


“도성 밖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박내관 자네는,”


“주의를 돌리겠습니다. 어서 가십시오!”


세자와 박내관의 눈이 허공에서 만난 것도 잠시,
세자가 입술을 꽉 깨물곤 먼저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도망치는 이유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오로지 빈과 원손의 얼굴만 떠올리던 그 때,


“이얏!!!!”


갑자기 나타난 내금위 군사 셋.
세자 앞에서도 거침없이 칼을 뽑아든다.


“감히 네놈들이”


이에 질세라 그들을 상대하는 세자.
숙련된 그의 칼솜씨에 나가떨어진 이들을 지나
더 앞으로 나아가자 또 다시 군사 둘이 나타난다.


가슴팍과 목 언저리를 베자
세자의 얼굴에 빨간 핏방울이 튀었고,
미처 닦을 새도 없이 뛰어갔을 땐


이미 문 앞을 지키고 서있는 내금위장과

군사 수 백이 있었다.


“저하, 이제 그만 하시지요”


“닥쳐라. 앞길을 트지 않는다면
네놈 모가지를 도려낼 것이다”


“저하를 모셔오라는 어명이십니다”


“전하께서 날 죽이라 하시더냐”


“당장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데려가 보거라”


칼을 고쳐 잡는 세자


“뭣하느냐!! 어서 저하를 뫼시지 않고!!”


내금위장의 명에 군사들이 세자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내가 이 나라 국본임을 잊은게로구나!!!”


“우리는 어명을 따를 뿐이다! 지체하지 마라!!!”


“예!!!”


세자가 칼을 들자 군사 여럿이 달려들었다.



챙- 챙-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 세자.
쓰러져가는 금군 수가 늘어날수록
그의 얼굴과 도포에 더 많은 핏자국이 스며들었다.
꽤 오랜 시간 싸움이 이어졌지만
세자는 칼을 놓을 수 없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자신을 지켜준 사람들을 위해



그 순간,



“끌고 와라!!!”


어딘가에 떨어진 내금위장의 명.
고갤 돌린 세자의 눈에,


“하늘아!!!!!!!”


다 쓰러져가는 우익위가 들어왔고, 이내



퍽-



“윽...”


내금위군 무리가 자리에 주저앉은 세자 주위를 둘러쌌다.


“저하!!!!!!!!!”


“하늘...아.......”


“저하를 모시고 전하께 간다”


“예!!!”





*









문정전 앞 뜰.
근엄한 자세의 주상 옆에는 지금의 일을 예견한 듯
침착한 표정을 한 대신들이 서있었다.


내금위군은 몇은 횃불을 들고 주변을 밝혔으며
나머지는 궐 밖을 향해 칼을 꺼내들고 있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왕의 뜻이었다.



쿵-



“세자저하이십니다”


곧이어 내금위장이 들어섰고
그 뒤로는 처참한 몰골을 한 세자가
내금위군의 부축을 받고 끌려오고 있었다.


“흐음..”


주상의 바로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영상이
수염을 만지며 눈치를 살폈다.


왕의 눈은 여전히 매섭고 날카로웠다.




“하아... 전하.......”


세자가 힘이 풀린 다리를 붙잡고 간신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바로 이마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어찌 이러시는 것입니까...”


“고개를 들라”


“전하”


“들라”


주상의 엄중한 목소리에 살며시 고개를 드는 세자


“묻는 말에 답하라.
지난 한달 간 어디 있었느냐”



“…….”


“거짓을 고하는 즉시 목을 벨 것이다”


“…….”


“바른대로 고하라”


“궁에... 없었습니다”


“허면,”


“평안도에 다녀왔습니다”


“……."


“송구하옵니다 전하.
전하께서 노하실까 하여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가서 뭘 하였느냐”


“그저 유람에 불과하였습니다”


“유람이라”


“한양이 갑갑해 떠난 것이 고작입니다.
가서 평양감사 정휘량을 만나...”


“무엇을 하였느냐”


“.....얘기를 나눈 것이 전부입니다”


“정녕 그렇단 말이냐”


“예 전하”


“허면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과인이 윤급의 청지기 나경언이란 자의 상소를 받았다.
그 자에 의하면 네가 그저 평안도 ‘유람’에 그치지 않았다던데.”


“…….”


“그 상소의 내용이 심히 불충해 관련된 자들을 찾아봤더니
한 사람이 나오더구나”


“무, 무슨...”


“들라하라”


자신의 이마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핏방울만 쳐다보던 세자 앞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임...상궁...”


“저, 전하”


자신을 지척에서 모시던 임상궁의 등장에
세자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너의 오라비가 평양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


“그, 그러하옵니다 전하...”


“얼마 전 네가 오라비에게 서찰을 받았다지”


“예”


“그래, 거기에 뭐라 적혀 있었느냐”


“그것이.......”


“어서 고하라”


임상궁이 다 쓰러져가는 세자의 눈치를 보다
질끈 눈을 감고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세자저하의 행동이 이상하다 하였습니다”


“어떻게”


“백성들의 돈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
약탈한다... 하였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 입 다물라”


“전하, 거짓이옵니다. 소자의 말을 믿어주시옵소서”


“임상궁은 계속 하라”


“그, 그....... 또한
평양 감사를 만나 몰래 군대를 꾸리고 있다 하였습니다”


“군대라”


“예, 전하.
그 수가 자그마치 오백은 넘어 보인다 했습니다”


“…….”


“네 이년!!!!!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느냐!!!!”


“또 있느냐”


“예... 저하께서 돈이 필요하신 연유가
군기붙이를 모으는 데에 있다...”


“전하!!!!!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군기붙이라”


“예...”


“평양 금군 시찰을 한 것은 맞습니다.
허나 북방을 지키는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군대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


“정휘량의 이야길 들어보시면..!!”


순간, 세자의 눈이 주상의 옆으로 향했다.


“과인이 안 그래도 정휘량 또한 불렀느니라.”


“…….”


“마침 한양에 있더구나”


세자는 주상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은 오로지 영상을 향해 있었다.


영상은 세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측은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금세 세자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세자는, 울음을 토해냈다.
분노에 찬 울음이었다.


고개를 숙이기 전 세자는 영상의 얼굴을 다시 봤다.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를.






.

.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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